放学等我 (방과후에 기다려) 소설 번역

방과후에 기다려 소설 3화 [이 러브레터는 진경심의 것이었다.]

움_움 2024. 11. 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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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이 러브레터는 진경심의 것이었다.]

 
 
운동장에는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모두 모여 있었고 줄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주위의 몇몇 학생들이 몰래 그들을 쳐다봤다.

유환은 사실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주앙팡진이 원한다면, 기꺼이 그를 반에서 첫 번째로 서게 하는 것도 그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는 고개를 들지 않고 앞으로 섰을 것이다.

유환은 그를 응시했다.
 
"어느 쪽 눈으로 봤길래 내가 너보다 작아 보이는데?"

진경심은 그 말을 듣고 눈꺼풀을 감더니, 다시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양 쪽."

유환은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조만간 시간내서 너부터 손 봐줄-“

"어딜 봐?"
 
이때 유환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단호한 여자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눈 앞에 있는 교장 선생님 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도 있어? 연단이나 봐."

익숙한 소리를 들은 유환은 입을 삐죽 내밀고, 연단을 쳐다봤다.

주앙팡진은 오늘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스카프만 보라색을 띠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는 꼼꼼하게 머리 뒤로 묶은 채, 손에는 명단을 들고, 눈살을 찌푸리며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오랫동안 안경을 썼기 때문에, 눈은 약간 작아 보였고, 치아가 살짝 벌어져 있었고. 매우 엄한 모습이었다.

주앙팡진이 나타난 그 순간, 진경심은 앞에 있던 남자가 갑자기 긴장을 풀고, 막 올라온 화기가 온몸으로 흩어져 다시 나른한 태도로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넌 이따가 교무실로 와서 얼굴 어떻게 된 건지 나한테 천천히 설명해."
 
주앙팡진은 고개를 숙이고, 그가 입고 있는 검은색 스웨터를 보고는 안색이 갑자기 더 나빠진 채 그에게 물었다.
 
"너 교복은?"

"깜박했어요."

"아예 개학도 깜박하지 그래?"
 
주앙팡진이 말했다.
 
"네 모습을 좀 봐. 전교생이 교복을 입었는데 너만 사복 입고 있잖아. 나중에 학생회에 걸리면 또 우리 반 점수만 깎이겠네.”

옆반 담임선생님이 농담했다.
 
"오늘 학생회에서 시찰하러 오면, 네 덕분에 너희 담임 선생님은 개학 첫날부터 회의 때 혼나게 생겼어."
 
유환은 원래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 말을 듣고 손가락을 웅크리며 말했다.
 
"그럼 저 갈까요?"

"입 다물어."
 
주앙팡진은 두통을 느끼며 손가락을 치켜들고 말했다.
 
"같은 반 친구한테 교복 재킷이라도 빌려."

유환은 턱을 치켜들며 사람을 찾았다.
 
"왕루안."

"큰 소리 내지 마, 그리고 쟤도 재킷 입어야 해."
 
주앙팡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주변 친구한테 빌리면 되지 않니?"

주변에 있는 친구?
 
유환은 바로 옆사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다른 반 친구 재킷 빌리면 돼요?"

"다른 반 누구?"
 
주앙팡진이 말했다.
 
"얘는 너희 반 친구야.새로 온, 편입생. 이제부터 우리 반에서 공부할 거야."
 
주앙팡진은 말을 마치고 진경심을 바라보며 말했다.
 
"경심아. 교복 재킷 좀 빌려줄 수 있을까? 당연히, 네가 싫다면 괜찮아, 강요하지 않을게."

유환은 눈살을 찌푸렸다. 옷을 빌리는 그의 표정은 빌려주는 사람보다 더 싫은 표정이었다.

"나는 빌려주지 않아도..."
 
진경심이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네. 교복 재킷이 좀 커도 괜찮다면요."
 
"벗어."

1분 뒤, 유환은 외투를 받아 마구잡이로 몸에 걸쳤고, 입고 나서 그는 고개를 숙여 살펴봤다.

"크지도 않고 딱 맞아, 너랑 사이즈 같아. 조금 짧긴하지만."
 
그는 고개를 들어 말했다.
 
"해산하면 돌려줄게."

유환의 점퍼 중간에는 껍질이 반쯤 벗겨진 해골이 인쇄되어 있었고, 검은색 긴 바지에 얼굴은 비스듬히 붙인 반창고 몇 개가 있었는데 그 위에 깔끔한 교복 자켓을 입으니 물고기도 새도 아닌 것 같았다. 진경심은 반창고 가장자리에 드러난 멍을 보고 갑자기 손을 들었다.

유환은 조건반사적으로 그의 손을 쳤다.
 
"뭐하는 거야?"

교복 재킷을 벗은 진경심은 안에 교복 셔츠를 입고 있었고, 단추는 끝까지 채운 채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서 있었다.
진경심의 손은 허공에서 잠시 멈췄다가 손을 내렸다.
 
"옷깃."

유환은 원래 너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입은 게 남의 교복인 것을 떠올리고는 대충 옷깃을 두 번 정리했다.
 
주앙팡진은 그를 보고 만족했다.
 
"좋아. 옷 잘 입고 다녀. 더럽히지 말고. 끝나면 다시 돌려주는 것도 잊지말고."

잠시 후, 그녀는 또 어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책 한 쪽 모서리로 두 사람을 찌르며 말했다.
 
"잠깐, 키순으로 줄 서야지. 너희 둘, 자리 바꿔."

"......"

2초 후, 그는 뚱한 표정으로 투쟁을 포기하고 맨 뒷 자리 자리를 그에게 양보했다.

<운동회 행진곡>이 드디어 끝났다. 전교생이 함께 깃발을 게양하고 나서 교장은 목을 가다듬고 열정적인 연설을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유환은 서서 잠들었을텐데 그는 지금 억지로 눈꺼풀을 뜨고 두 눈으로 정신없는 교장의 헤어라인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오늘 학교 마이크 소리가 평소보다 더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잖아.

이번에 교장은 잘 준비해온 연설을 30분동안 말했다. 인내심이 바닥난 그는 습관적으로 손을 외투 주머니에 넣고 안에 든 물건을 만졌다.
그것은 매우 얇고, 매끄러운 촉감에 모서리가 만져졌다.
잠이 쏟아지던 그는 두통을 느끼며 그것을 꺼냈다.

유환은 손에 있는 물건을 바라보다 잠시 멈칫했다.

분홍색 봉투인데,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지만 느낌으로만 보면 안에 든 건 편지 한 통이 들어있을 것 같았다.
편지의 봉인 부분에는 아주 작은 빨간 하트 스티커가 붙어있었는데 바탕색과 비슷한 색상이었다. 누가봐도 이게 무엇인지 대놓고 드러내고 있었다.

이건... 러브레터?

언제 넣어둔 거지?

유환은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했지만 이 편지의 출처가 기억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자세히 살펴보려고 했는데, 그 순간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은, 마치 표백제로 씻은 것 같은 교복 소매가 보였다.
 
젠장.

유환은 정신을 차렸다. 그가 지금 입고 있는 것은 진경심의 재킷이었다.
이 러브레터는 진경심의 것이었다.

유환은 재빠르게 이 편지를 그대로 다시 주머니에 넣었고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진경심은 연단을 보고 있는데, 그가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모습은 꽤 진지해보였다.
학교 사진부 학생들은 태도가 단정하고, 이런 얼간이 같은 학생들을 찍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저런 얼간이 같은 애를 왜 좋아하지?

그의 시선을 느낀 진경심은가볍게 눈을 깔고 말했다.
 
"뭐해?'

보아하니 상대방은 그가 방금 뭘 발견한 건지 못 본 것 같았다.
유환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말했다.
 
"아니야."

개학식이 끝나고 유환은 재킷을 벗고 뒤에 있는 사람 품에 안겨주었다.
 
"돌려줄게."

진경심은 교복을 들고 2초간 가만히 있다 말했다.
 
"천만에."

줄을 서고 있던 왕루안은 고개를 돌리자, 자신의 친한 형제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 재빨리 쫓아갔다.
 
"젠장, 왜 이렇게 빨리 가? 오늘 국기 게양식 빠진다고 하지 않았어?"

왕루안은 국기 게양식에서 잡담 해서  감점 받았다. 오늘 아침 주앙팡진은 그를 보자 마자 그에게 한 마디만 하면 숙제가 하나 더 추가될 거라고 경고해서 그는 어쩔 수 없이 국기 게양식이 끝날 때까지 참아야 했다.
 
유환이 말했다.

"살찐 호랑이한테 잡혔어."

"운도 나쁘네."
 
왕루안은 사람들로 붐비는 계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젠장, 너무 붐비는데. 아니면 우리 먼저 식당에 갈까. 나 아침에 밥 많이 못 먹었어."

"안 가."
 
유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피곤해. 난 가서 잘게."
 
...
 
주앙팡진은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맨 마지막 줄에 엎드려 있는 머리를 보았다.

그녀는 명단을 철제 연단에 던졌고, 옆반 선생님들이 여러번 불평했던 목소리로 말했다.
 
"잠 오는 학생들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고 오세요. 빨리 움직여. 학급회의 할거야."

유환은 소음에 관자놀이를 만지며 느릿느릿 앉았다.
그는 얼굴을 비비며 인상을 찌푸리고 일어섰다.

"유환, 넌 안 돼."

유환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눈썹을 치켜떴다.
 
"왜요?"

"너 가면 다시 돌아올거야?"
 
주앙팡진은 칠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졸리면 뒤로 물러서. 나중에 잠 깰거야."

유환은 그 자리에서 몇 초간 생각하다가, 다시 앉았다.
그는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있었고, 머리는 반쯤 숙여 보기만해도 무기력해 보였다.

주앙팡진은 이를 악물고 몸을 굽혀 자신의 USB 드라이브를 컴퓨터에 꽂았다.
 
" 다 모였으니 먼저 두 가지 전할 말이 있어. 첫째, 이번에 우리 반에 새로온 편입생이 왔어. 진경심과 우시, 모두 1반에서 왔다. 더이상 말은 안 할게. 같이 수업하면서 차차 알아가도록 해. 두 편입생 모두 성적 좋고 수업 태도도 우수한 학생들이야. 너희들한텐 배울 점이 많을거야. 둘째."
 
주앙팡진은 <2학년 7반 학기 기말 성적표>라는 엑셀표 를 클릭하며 말했다.
 
"지난 학기 너희 성적 나왔어."

반 학생들은 울부짖었다.

유환은 등수에 흥미가 없어서 대충 훑어보다가 맨 위에 있는 이름을 보았다.

"진경심, 수학 150, 국어 110, 영어 148, 종합 과학 만점?"
 
왕루안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유환. 넌 시험 답안지 베껴도 이런 점수는 못 받을 거 같다!"
 
"나랑 비교하지마라."

앞에 앉아있던 학생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정말 무섭지 않아? 국어 말고는 다른 약점이 없잖아."

왕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보아하니 우등생도 글 외우는 건 별로 안 좋아하나봐."

"아니."
 
상대방은 잠시 생각했다.
 
"전에 1반이었던 친구가 말했는데, 작문 쓸 때 항상 주제에서 벗어나서 그렇대."
 
"......"

"이번 학기 우리 학년 1등은 진경심 학생이다."
 
이 말을 하자, 주앙팡진 자신도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대충 시험지를 봤는데, 국어 작문에서 주제에 벗어나 비교적 많은 점수를 잃은 것 외에는 나머지 과목은 아무 문제가 없었어. 각 과목 선생님들 수업 전 진경심 시험 답안지 빌려서 한 번 확인해보도록."

이 말이 나오자, 반 학생들은 참지 못하고 세 번째 조, 네 번째 자리에 앉은 사람을 쳐다봤다.
 
진경심은 고개를 들지도 않고, 손에 펜을 끼고 어떤 문제집을 훑어 보고 있는데, 그는 화면 스크린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허세 부리네.
유환은 그에게서시선을 뗐다.

"다른 학생들 성적은 비교적 평균이었지만, 반 평균 점수가 지난 시험보다 높지도 않았어. 나는 너희들이 모두 잘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이 점수로 대학 입시는 어떻게 할거니?"
 
다른 학생들이 중얼거리며 말했다.
 
" 대학 입시에 이런 시험 문제 나오면 어려울 것 같은데, 그냥 전 벽돌 옯기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 다른 애는 만점인데. 전 문제 이해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더 낮은 학생도 있어."
 
주앙팡진은 표를 아래로 스크롤하더니 마우스가 마지막 이름에 머물렀다.
그녀는 수학 아래 숫자 9를 보고, 한참을 보다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유환, 넌 졸업 후에 쓰레기나 주으러 갈 생각이야?"

"생각 안 해봤는데요."
 
유환은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볼게요."

주앙팡진은 능숙하게 분필을 잡고 그의 머리를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