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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진경심 같은 모범생이 어떻게 연애를 해!]
40분간 진행된 학급 회의는 금세 지나갔다.
수업 종소리가 울리자, 주앙팡진은 시끄러운 소리를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
"이틀 후에 너희 자리 바꿀거야. 혹시 자리 어떻게 바꾸고 싶은지 의견 있으면 교무실로 따로 찾아와. 학생회 애들은 그대로 앉고....'
한 사람의 그림자가 교실 입구에 멈춰 섰다.
주앙팡진은 고개를 돌려 후팡과 시선이 마주쳤고, 그 순간 정신을 차렸다.
"됐어, 그럼 일단 학급 회의 해산하고, 각 과목 대표는 겨울방학 숙제 받아와."
'해산'라는 두 글자를 듣자마자, 유환은 바로 엎드렸다.
"유환, 넌 나한테 할 말 있을텐데."
주앙팡진의 목소리가 차갑게 들려왔다.
"교무실 가서 기다려, 후 선생님하고 애기 끝나면 바로 갈테니까."
"......"
학급회의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교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주앙팡진의 책상 위에는 책이 잔뜩 쌓여 있었는데, 다른 한쪽에는 컴퓨터와 수업 계획서 놓여 있어서 가운데만 비어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창문 사이로 불어와서 꽤 아늑하고 편안했다.
유환은 책상을 쳐다보다가, 망설임 없이 엎드려 잠이 들었다.
...
"새로운 반에 적응은 좀 했니?"
"네."
"일반 반의 학습 진도는 전에 있던 1반보다 진도가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수업하는 동안 최대한 영향 받지 않도록 조심해."
"네."
"너희 어머님께서도 이 일에 신경을 많이 기울이고 있어. 선생님도 마찬가지고. 오늘 아침에도 전화까지 주셨는데 일단은 어머님한테 반 재편성은 단지 대응 조치일 뿐이니 이번 일이 지나가면 일정을 다시 잡을 거라 말해뒀어."
유환은 눈을 감고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잠에서 깨어난 것에 불만을 가진 채 팔짱을 끼고 고개를 들어, 산처럼 높이 쌓여있는 연습장을 사이에 두고 앞을 바라봤다.
유환은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려고 눈을 가늘게 떴다.
아직도 있잖아?
진경심은 묵묵히 책상 앞에 서서, 예전 담임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환은 움직임이 크지 않았고, 게다가 그들 사이에 세 개의 책상이 있었는데 칸막이로 막혀 있어서 앞 사람들은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머님께서 여전히 걱정이 많으셔. 어머님께선 너를 좀 더 좋은 반으로 옮기게 해 도와달라고 하시는데, 어쨌든 네가 있는 그 반은..."
"필요 없어요."
그는 마침내 반응했다.
1반 담임선생님은 잠시 말을 멈췄다.
"하지만 네 엄마는..."
"다 같은 일반 반이고, 별 차이 없어요."
소년의 말투는 차가웠고, 얇은 한쪽 눈꺼풀은 아래로 늘어져 있었다.
유환은 턱을 괴고 여류롭게 그들을 지켜 보고 있었다.
"너는 방금 그 반으로 편입 했으니까 아직 잘모르겠지만...."
1반 담임선생님은 망설였다.
"네 말대로 다 같은 일반 반이지만, 7반의 분위기는...... 다른 반보다 조금 떨어져. 평균 점수는 일년 내내 최하위이고, 반 징계평가에서도 항상 최하위야. 게다가 그 반에는 악명 높고 가시같은 애 한 명 있어. 유환이라고 너도 본 적이 있을 거야. 국기 게양식 때 반성문 읽던 그 친구. 네 어머니가 걱정하실만 해. 이건 모두 다 너를 위해서......"
탁.
펜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1반의 담임선생님은 말을 멈추고,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유환은 몸을 굽혀 펜을 집어 들고, 고개를 들어 그들과 눈을 마주쳤다.
그를 보자, 진경심은 살짝 긴장했던 어깨가 풀렸고, 다시 무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1반 담임선생님은 여전히 입을 벌린채 있었다.
그녀는 유범의 얼굴에 있는 반장고를 보고, 유환이 선생님을 때렸다는 소문을 떠올려 한참이 지나서야 말을 했다.
"너..."
유환이 말했다.
"제 생각에도 선생님 말씀이 옳다고 생각해요."
"?"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유환은 또 말했다.
"전 사납고 가시같은 애니까 상위권 애들한테 괜히 겁주고 피해주면 안되잖아요?"
"그럼 엄청 사나운 그 친구는 나랑 다른 곳으로 가야겠네."
주앙팡진의 목소리가 문 앞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안의 상황을 확인하고 화를 내며 소리쳤다.
"유환! 누가 너보고 선생님 자리에 앉으라고 했어? 내가 너 여기서 자라고 부른 줄 알아? 내가 교실에 네 침대까지 놔둬야겠어?"
유환이 말했다.
"잠 안 잤는데요."
"그럼 네 얼굴에 있는 자국은 누가 찍어 줬어?"
주앙팡진은 손에 든 물건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말했다.
"왜, 아직 안 일어나? 나는 서 있고 너는 앉아서 들으려고?"
유환은 혀를 차며 천천히 일어나 책상 옆으로 섰다.
진경심은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
"선생님. 전 반 안 바꿔요. 이제 하실 말씀 없으시면 전 일어나보겠습니다."
1반 담임선생님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지만,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상대방은 이미 몸을 돌려, 고개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것을 바라보다 어색함을 느낀 그녀는 30분 후에 교안을 들고 황급히 떠났다.
교무실에는 두 명만 남았다.
주앙팡진은 비록 다 듣지는 못했지만, 방금 전의 상황을 80% 추측했다.
"너 때문에 우리반 이미지 얼마나 망쳤는지 한번 봐."
그녀는 보온병을 들고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말해봐, 얼굴은 어떻게 된 거야?"
"넘어졌어요."
" 그런 말로 나 속일 생각 하지마."
주앙팡진이 물었다
"또 싸웠지?"
유환은 창밖을 내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넌 학생이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해? 다른 학교 애들하고 싸우지 말라고 항상 말하잖아. 네 나이에 해야 할 일을 좀 해주면 안 되겠니?"
앞에 있는 사람은 가만히 서 있었다. 그의 얼굴 표정은 무심해 보였고 마치 죽은 돼지라도 된 듯 끓는 물에 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듯 보였다.
주앙팡진은 화가 나서 뜨거운 물을 한 모금 더 들이켰다.
"그리고 방금 교감선생님이 어제 학교 밖에서 새로운 편입생을 위협하고 손에 칼까지 들고 있었다고 말하는데, 무슨 일이야?"
유환이 말했다.
"교감 쌤은 그렇게 짜집기를 잘하는데 왜 책을 안 내세요?"
"이거."
주앙팡진은 탁자 위의 어떤 문제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후 교감선생님이 내신 수학 강의 문제집이야."
"......"
잠시 할 말을 잃은 유환은 침착하게 다시 말했다.
"전 걔 위협한 적 없어요. 칼도 주운 거고, 걔가 누군지도 몰랐어요."
"길가는데 어떻게 하면 칼을 주워?"
주앙팡진은 그의 주머니를 보며 말했다.
"칼은 어딨어."
"집에서 야채 자를 때 사용하고 있어요. "
"......"
주앙팡진은 그를 잠시 쳐다보더니, 조금 안심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7반 수업을 맡으면서 유환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다. 특히 유환의 말투와 표정을 봤을 때, 확실히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국기 게양식 때 상황을 보면, 그는 새 친구를 환영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믿어줄게. 그래서 새학기인데 공부는 어떻게 할 거야?"
"구구단 외우려고요."
"몇 마디만 더 해라. 선생님 화병으로 병원 보낼 수 있는지 확인 하고 싶으면."
주앙팡진은 그를 흘끗 쳐다보더니 서랍을 열고 새 문제집을 꺼내 그의 앞에 놓았다.
"이건 내가 특별히 서점에 가서 사온 거야. 여기 나오는 문제들은 모두 기초적이고 설명도 간단해. 가지고 가서 많이 보고 많이 풀어. 할 줄 모르면 교무실로 나 찾아와."
유환은 책 표지를 잠시 쳐다보다가 '돈을 낭비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목구멍으로 삼키고 말했다.
"아."
그가 떠나기 전에, 주앙팡진은 또 그를 불러세웠다.
"그리고,"
주앙팡진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잠시 생각했다.
"이번에 온 학생들은 모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야. 본보기로 삼아. 최대한 다른 사람과 충돌하지 말고."
"안심하세요."
유환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말했다.
"저 우등생 알레르기 있어서 걔가 저한테 한 발짝이라도 다가오면 전 바로 한 발 멀어질 거예요. 새로 온 학생들을 위해 아름다운 수업환경을 만들도록 저도 최선을 다 할게요."
...
개학 후 첫 체육수업을 받은 유환은 끝나자마자 곧 바로 사라졌다.
연구실 1층 화장실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쪽은 평소에 선생님들이 잘 안 계시고, 매번 순찰하며 학생들 잡으러 다니는 후팡은 회의에 가서 남학생들 몇 명이 화장실에 서서 겁도 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옆 학교 바보들은 정면으로 부딪칠 엄두도 못 내면서 뒤에서 음흉한 짓만 할 줄 알고. 다음에 우리 학교 뒷문으로 나가서 걔네 찾아가자."
"정말 웃기는 놈들이야. 감히 누굴 막아? 난청 제7중학교에서 가장 멋진 남자를....'
"불러줘서 고마워. 우리 형제들 주먹에 걔네 땅에 똥 쌌어."
왕루안은 옆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지, 형제?"
"꺼져."
유환은 옆의 빈 교실에서 의자를 끌고 와 다리를 꼬고 나른하게 앉아 있었는데 고개를 숙이고, 한 손으로는 핸드폰 게임 속 캐릭터를 조종하면서 다른 한 손에는 담배를 끼고 있었다. 유환이 말했다.
"너희끼리 얘기해. 나 건들지 말고."
"젠장."
맨 오른쪽에 있는 남학생이 바닥에 쪼그려 앉아 핸드폰 화면의 성적표를 응시하며 말했다.
"왜 2학기 성적표에 왜 편입생도 같이 있는 거야? 우리 반에 편입생 네 명이나 들어와서 내 등수가 57에서 61등으로 급락 했어."
왕루안은 그를 비웃었다.
"별 차이없네. 어차피 꼴등이잖아."
남학생은 담배를 끄고 일어나 말했다.
"수업 끝나고 농구하러 갈래?"
다른 사람들은 잇달아 담배를 끄고, 능숙하게 손을 흔들며 담배 연기를 분산시켰다.
그런데 아직 의자에서 움직이지 않는 사람을 보고는 그가 물었다.
"유환, 넌 안 가?"
"안 가, 게임."
그 말을 들은 왕루안은 즉각 말했다.
"그럼 나도 안 갈래."
다른 일행들이 나가고 유환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 게임 속에서 사람을 죽이고 있었는데, 옆에서 타자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왕루안은 이상한 버릇이 있는데, 타자칠 때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그 소리는 엄청 시끄러웠다.
유환은 게임을 일시 중지하고 고개를 돌려 그에게 말했다.
"누구랑 수다 떨고 있는 거야?"
왕루안이 말했다.
"진경심한테 물어볼 거 있어서."
"?"
유환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뭐 물어보려고?"
"뭘 물어볼 거 같은데?"
왕루안이 말했다.
"걔 전교 1등이잖아! 나중에 물어볼 거 있으면 숙제나 시험 관련된 거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
유환은 무관심하게 말했다.
"아."
잠시 후, 왕루안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그가 찾던 사람은은 예전에 그와 같은 반이었던 친구였는데, 상대방은 더 생각도 안 하고 완곡하게 그에게 말했다.
"가망 없어."
이 우등생은 냉담하고 말도 거의 하지 않았다. 성격과 외모가 완전 일치한다고 학급 내에서도 유명했다. 평소에 모르는 문제를 가지고 그에게 물어보면, 그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열 마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왕루안이 말했다.
"아 맞다, 또 내 친구가 진경심의 집이 엄청 부자인 것 같다고 말했어. 지난 학부모 회의 때 진경심 어머니가 정말 대단했다고 말하던데..., 야. 네 손등 상처 꽤 빨리 나았네."
유환은 손목을 옆으로 치웠다.
이런 작은 상처는 금방 아물어서 어젯밤부터 딱지가 생기기 시작했었다.
그는 상처를 잠시 쳐다보다가, 어째서인지 갑자기 손을 뻗어 다시 상처를 내고 싶어졌다.
상처를 찢으면 피가 나고, 궤양이 생기고, 염증이 생기겠지.
유환은 다른 손으로 상처를 만지려던 순간 옆 사람이 그의 어깨를 여러차례 세게 쳤다.
유환은 2초간 멍하니 있다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죽고 싶어?"
"아니, 젠장. 창밖을 봐!"
왕루안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뒷 모습. 진경심 맞지?"
유환은 무의식적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그 푸르스런 흰색 겨울 교복만 봐도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이 각도에서 바라본 그들은 진경심의 키가 크고 날씬한 옆모습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한 여학생이 서 있었다.
왕푸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옆에 있는 사람, 장원징 아니야?"
2학년 7반에서 주앙팡진을 가장 골치 아프게 한 사람은 딱 두 명이었다. 한 명은 유환이고, 다른 한 명은 장원징이었다.
그녀는 이름과는 정반대로 고1 때 파마를 하고 염색을 했다. 또 담배를 피우고 수업도 빼먹었으며 수많은 남자애들을 눈물 흘리게 했다. 그녀는 예뻤고,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녀를 쫓는 무리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의 명성이 널리 퍼진 후,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그녀를 보면 모두 피해다녔다.
"저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왕루안이 중얼거렸다.
말이 끝나자마자, 장원징이 진경심을 향해 한 발짝 걸어가는 것을 보았고, 그녀의 예쁜 곱슬머리는 움직임에 따라 바람에 흔들렸다.
"흠. 너 진경심 맞지?"
그녀는 립스틱을 바른 입술로 웃으면서 말했다.
"좋아해, 나랑 사귈래?"
유환은 눈꺼풀을 움직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왕루안은 재빨리 그를 붙잡았다.
“어디가? 이거 안 보고 그냥 가려고?”
"재미 없어."
"안 돼, 다시 봐.”
왕루안이 말했다.
“장원징 완전 미친 거 아니야? 진경심 같은 모범생이, 어떻게 연애를 해!”
유환은 그 분홍색 러브레터를 떠올리다 생각을 멈췄다.
'放学等我 (방과후에 기다려) 소설 번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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